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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공감으로의 여행4_이원무] 한국의 미등록 자폐인 현실, 싱가폴 사례 통해 보다!
글쓴이보다센터 게시일2020-03-02 조회수3,515

한국의 미등록 자폐인 현실, 싱가폴 사례 통해 보다!

- 자폐인 혜택 거의 전무, 자폐에 대한 사회적 낙인 존재



17년 전 당시, 교회에서 장애의 특성과 관련한 세미나가 있었다

세미나 내용 가운데는 말을 반복하고, 농담과 진담을 구별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는 것이 자폐성 장애의 특성 중 하나라는 내용도 있었다.

확실히 알 때까지 묻고 또 묻는 식의 행동, 농담과 진담 구별이 안 돼 동료들의 괴롭힘 대상이 되었던 경험이 생각나며 나 진짜 자폐성 장애 있는 것 아냐?’라고 속에서 의심하기 시작했다.

 

1년 후 작은 누나가 너 자폐성 장애 있는 것 맞아! 관계에서 힘들었던 요인 중 하나인 거지.’ 하면서 나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순간, 그때부터 퍼즐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다.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절망감이 찾아왔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니 조금씩 마음에 평온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또한 엄마가 내 장애에 대해서 알려줬더라면 내가 덜 힘들게 살 수 있었을 텐데하면서 후회와 원망하는 마음이 들긴 했지만, 장애인단체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장애의 개념 및 장애인의 현실을 알고 나서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장애인이면 사람들에게 멸시받는 게 싫어서 안 알려주고 싶은 그 마음을 말이다.

 

그러고 보니 30여 년 동안 미등록 자폐인으로 살았던 셈이다

그 후 1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201911월 말이 되었다. 당시 한국장애인연맹에서 주최하는 장애인당사자 심포지엄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심포지엄 세션 중에 동북아 및 동남아 장애인복지시스템과 사회적 운용환경을 알아보며 한국 실정에 맞는 정책을 고민해보는 해외사례 발표 세션이 있었다.



 △
한국 DPI에서 작년에 주최했던 제12회 장애인당사자 심포지엄 행사 안내 표지 한국장애인연맹


그 세션에 일본과 싱가포르의 장애인연맹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각기 자신들의 나라에서 실시하는 장애정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개인적 사정이 있어서 일본 세션은 듣지 못하고 싱가포르에 관한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었다.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그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었다.

1) 싱가포르에는 장애유형별 NGO단체별 장애등록이 있긴 하나 장애인연금이 없는 등 장애 관련 지원이 거의 없어 국가적 차원의 등록시스템, 또는 등록은 없다.

2) 싱가포르에선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미비로 장애인에 대한 낙인이 존재한다.

 

이 내용을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신의 장애를 등록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미등록 자폐성 장애인 현실이 생각났다.

싱가포르와 달리 우리나라는 장애인등록시스템, 장애인연금이 있다는 것이 다르긴 하나, 자폐성 장애인에게 돌아가는 지원이 거의 없다는 점은 비슷하다

자폐성 장애인은 연금을 받아도 쥐꼬리 정도의 금액이고, 고기능 자폐인의 경우엔 장애인연금을 전혀 받지 못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경우 시험을 잘 보게끔 해주는 정당한 편의 등도 지원받지 못한다.

 

또한 자폐성 장애 하면 문제행동, 도전적 행동, 서번트 등 부정적 인식이 우리 사회에 팽배하며 자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부모들 가운데 자녀의 자폐성 장애에 대해 밝히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장애를 밝히지 않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당사자들도 많다. 내 경우도 그랬으니까.

 

결국 자폐에 대한 사회적 낙인,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는 요인 등으로 인해 국가 차원에서 미등록한 자폐성 장애인이 추산해서 약 2만 명이나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미등록 자폐성 장애인 현실과 싱가포르의 상황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 거다.


△ 자폐성 장애의 잃어버린 역사와 신경다양성의 미래에 대해 다룬 책 뉴로트라이브표지 알마출판사 


자폐성 장애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될 수 있도록 신경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당사자들로부터 이루어지고 우리 사회에도 널리 퍼져야겠다.
그리고 장애이해교육을 자폐성 장애인 당사자가 진행하며, 자폐 극복이 아닌 자폐인의 권리와 차별금지를 교육내용으로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야겠다. 자폐성 장애로 등록되면 장애인연금, 자폐인 관련 정당한 편의제공 등의 지원도 전보다 더 많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그래서 자폐인도 자신의 장애를 당당히 드러내며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권리가 우리 사회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살아 숨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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