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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왁자지껄 가족 27_조미영]우리들의 이야기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2-09-26 조회수901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화요집회가 시작된다.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556명이 삭발을 했고 단식도 했고 집회와 투쟁도 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더 홀대받는 복지는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우리도 국민이라고 피 토하는 심정으로 부르짖어도 들으려는 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부모이기에, 부모라서 포기할 수 없다.

 

매주 화요일 오전 11시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화요집회를 하고 있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회원들의 열의는 대단하다. 버스를 대절하고 새벽에 길을 나서서 긴 시간 차를 타고 서울로 온다. 투쟁가를 부르고 투쟁 구호를 외치면서 우리는 비슷한 듯 서로 다른 자녀 이야기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당사자의 고무된 발언을 들으며 손뼉을 치고 그의 미래를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25개 지회는 매주 2개 지회씩 당번을 정해서 화요집회에 참석한다. 내가 사는 곳에서 여의도까지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지방에서 오는 분들에 비하면 같은 서울이니 불평없이 나는 매주 집회에 참석하고자 애쓴다. 머릿수 하나 더하는 거지만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과 함께 같은 곳을 보고 가는 길에 우리가 함께 한다는 걸 확인함과 동시에 불확실한 미래의 두려움을 덜어낸다.

 

아들 조기교실 다닐 때 수업 끝나길 기다리던 놀이터에서 한 엄마를 만난 적이 있었다. 모래를 가지고 노는 자기 아이를 흐뭇한 표정으로 보던 그 엄마가 부러웠다. 저렇게 건강한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얼마나 좋을까. 나의 부러움을 느꼈는지 그녀는 내게 말을 걸었다.
 

아까 아들 들여보내는 거 봤어요.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근데 걱정보다 신체 건강한 게 어디냐 생각하고 기운 내세요. 저는 독실한 기독교인인데요, 저 아이 임신하고 정기검진 받으러 갔더니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라고 하대요. 남편은 인공유산을 하자했지만 저는 반대했어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을 제가 함부로 없앨 수는 없었죠. 아이 만날 날 기다리며 늘 기도했어요. 출산하고 보니 다운증후군이 아니었어요. 건강한 아이라는 기쁨에 의사 원망은 나중에 조금 했어요.”
 

그 상황이 그려져 눈물을 글썽이면서 나도 모르게 , 정말 좋았겠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 시절 아들의 다동과 울음 떼로 너무 힘들었기에 다운증후군인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얼마나 좋았을지 남의 일이 내 일처럼 기뻤던 일이 생각났다.

 

유이(가명)엄마의 자녀 이야기를 듣다보니 20년도 훨씬 지난 그 엄마가 떠올랐다. 병원에서 1년 남짓 살 거라는 다운증후군 딸이 20대 청년으로 잘 성장하고 있다는 유이엄마의 말에 놀이터에서 만났던 그 엄마 때보다 더 큰 안도와 기쁨이 밀려왔다. 돈이 없어 퇴원해야 했는데 온갖 약물과 의료기기에 의존하던 병원보다 집에 와서 더 좋아졌다는 말에 우리 몸을 살리려는 약이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또 느꼈다. 잘 써야 약이지 독이 될 줄 모르고 남용, 오용하는 경우가 있다.

학령기 아들에게 아빌리파이와 토파맥스를 먹인 적이 있었다. 산만함과 감정기복이 심해서 아빌리파이를 먹였고 식탐이 과해서 토파맥스를 먹였다. 토파맥스는 뇌전증 약인데 부작용으로 식욕저하가 있어 그것을 기대했다. 효과가 전혀 없진 않았지만 약으로 식욕까지 조절한다는 게 영 내키지 않았고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일 때쯤 1년여 먹다 그만뒀다. 자폐인들이 가장 많이 복용하는 아빌리파이는 7년 정도 먹었는데 학령기 이후 아들의 변화에 약이 도움되는 것 같진 않았다. 아들의 일상을 편안하게 해 주면서 통제를 멈추고 허용 분위기로 환경을 바꿨더니 아들이 변하는 걸 느꼈다. 약의 용량을 줄이면서 결국 끊었을 때 몇 달 동안 불안했다. 감사하게도 예전의 천방지축 아들로 되돌아가지 않았고 누구나 보이는 가끔의 행동(불면, 산만함 등)은 눈감아 주었다. 내 곁의 멘토들이 함께 고민하고 관찰해 준 덕분이었다.

 

화요집회에서 아들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그동안 워낙 많이 노출했기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매주 화요집회에 참여한다. 그 참여가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를 하루빨리 구축하는 데 작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더 간절하다.
 

우리의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큰 울림으로 퍼져 나가고 그것이 우리 자녀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밝은 미래에 주춧돌 역할을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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