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보다칼럼

[새벽까페 16_김종옥] 올해를 보내며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2-12-13 조회수666



정말 그지같은 2022년이었어.”
 

12월이 시작될 때 제일 친한 사촌동생에게 이렇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누군가에게는 나처럼 엉망진창인 한 해였을 테고, 누군가에게는 환호작약하는 한 해였을 것이다. 나는, 대체로 어두웠던 한 해로 기억하는 이가 많았으리라 생각한다.(환호작약했던 이들과는 상종하기 싫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도 집안 어른들이 여럿 돌아가셨고, 큰 병을 앓거나 앓고 있는 친척도 여럿이었다. 우리 가족에게도 코로나19에 모두 걸렸던 일 말고도 어려움이 좀 있었다.

부모연대 회원으로서도 몹시 어두운 한 해였다. 코로나19 시기에 가족참사에 대한 뉴스가 잦았지만 올해는 유난히 더 그랬다. 보도되어 알려진 것만 올해 열 건이 넘는다.

더 이상 희망을 품지 못해서, 죽음보다 고통의 무게가 더 커서, 우울의 깊이가 더 깊어서 세상을 뜨면서,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생명을 스스로 거둬가는 모질고 잘못된 일을 저질렀다. 자신도, 자녀도 소멸시켜 버리는 무서운 슬픔.

우리는 거의 일 년 내내 검은 옷을 입고 지낸 것 같다. 뜨거운 여름, 집중된 가족참사에 우리는 햇볕에 벌건 얼굴에 눈물을 흘려가며 추모제를 지내고 또 지냈다.

그러다 여름의 끝에서는 기어코 들이치는 흙탕물에 장애를 가진 이와 그 가족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희생되기까지 했다. 반짝이는 구둣발로 나타나 반지하 창살 밖에 쭈그리고 앉아서 남의 일 묻듯 하던 그 무례함을 지금도 용서치 못한다.

 

그러다 그러다 가을의 끝에서는 축제에 나섰던 젊은이들이 압사를 당했다. 우리는 낱낱의 이름도, 얼굴도 없는, 그저 사망자를 추모합니다라는 글자 앞에 추모의 국화를 헌화하는 희한한 일을 보았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두고 다른 속계산으로 어이없는 일을 저지르는 몰염치한 장면을 보았다. 우리는 한참이 지나서야 그 어이없는 추모의 장면을 그대로 보아넘겨준 우리가 얼마나 생각없고 비겁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그 깨달음은 모멸감과 함께 왔다. 대통령과 총리의 조화를 내동댕이친 유족이 우리의 부끄럼을 일깨워주었다. 2014년부터 달아 온 노란 리본 옆에 이제는 검은 리본 하나가 더 보태졌다. 2022년은 검은 리본의 해이다. 많은 사람에게 참혹했던 해.

 

우리 사회가 아직 그렇다. 숨기고 왜곡시키고 피하고 거짓을 말해서 그 참혹을 가릴 수는 있다. 분칠을 하고 포장을 해서 그 저열과 저급함을 가릴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안에 한 줌의 진심과 일말의 인류애와 생명에의 연민이 부재함을 들키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것을 들춰내는 것은 누구의 힘일까. 슬픔은 힘이 세다. 우리를 무기력하게 가둬버릴 때가 많지만, 낱낱의 슬흠이 모이면 숭고한 힘이 생길 때가 있다. 저무는 2022년이 끝내 그지같은해로 남지 않으려면 그 슬픔의 위안 정도는 남겨두고 가야한다. 그렇게 생각한다.
 

올해는 임인년, 호랑이의 해였다. 호랑이를 좋아하는 나는 호랑이의 해가 이렇게 참혹하게 지나가는 것이 못내 억울하다. 호랑이 꼬리털의 끝, 그 가장 끝이 사라지는 날까지 나는 호랑이의 명예스런 퇴장을 기원한다. 퇴장과 함께 그것이 어떤 것의 조짐, 그 미세한 발단이기를 바라마지 않는 것이다. 나는 올해 동짓날 팥죽을 퍼먹으며 오직 그것을 빌 터이다.(12.10)

 

- 김종옥(전국장애인부모연대 문화예술위원장)

 ​ 

저작권표시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BY-NC-ND)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BY-NC-ND)

저작자와 출처 등을 표시하면 자유이용을 허락합니다. 단 영리적 이용과 2차적 저작물의 작성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총 댓글수 : 0개

전체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