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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왁자지껄 가족 35_조미영] 네버엔딩 우리들의 이야기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3-05-22 조회수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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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버엔딩 우리들의 이야기

 준수한 청년이 마이크를 잡고 웃었다. 준비해 온 원고를 펼치며 자기소개부터 하는데 말투가 살짝 어눌한 것 빼고는 훌륭했다. 삭발과 농성으로 부모운동의 역사를 언급하며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하는 청년은 장애부모 단체의 상근자였다. 진행자의 질문에 적절한 미소와 유머로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외로움을 말하면서도 연애를 하고 싶지만 바빠서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말에 모두들 박수치며 응원했다. 딱 요즘 젊은이의 모습이었다.

 ​수줍음 많은 청년은 등장부터 시선을 모았다. 큰 키와 웃음기 머금은 얼굴은 편안함이 묻어 있었다. 돈도 많이 벌고 싶고 댄스와 노래, 난타 등을 취미로 가졌으며 8년차 자조모임을 하면서 자립과 독립을 통해 여행을 꿈꾸는 청년. 여자친구 생기면 투쟁 현장에 함께 오고 싶다니 자신의 권리를 위해 투쟁이 몸에 밴 것 같다. 2년째 댄스로 아침을 연다는 말에 음악을 틀어주니 바로 나오는 춤사위에 집회 현장은 콘서트장이 되었다. 길쭉한 팔다리를 양껏 휘두르며 아이돌 춤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모습에 다들 열광했다.

 ​바이올린 앙상블 연주자들, 예술적 기능을 타고 태어난 부분도 있겠지만 매일 연습하며 보냈을 노력의 시간들이 보였다. 그들 곁에서 뒷바라지한 부모들의 땀방울도 맺혀 있었다. 여러 곳에서의 공연을 통해 그 일로 자신들의 삶이 얼마나 빛나는지 알 것 같은 청년들, 참 훌륭하다.

흥 많고 끼 많은 이분들의 삶이 늘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부모가 세상을 바꾸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할 이유다.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늘 웃음을 선사한다. 마이크 잡은 모습만 봐도 대견하고 기특하다.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할 때는 한마디 한마디가 신선하다. 부모인 우리들의 고민과 걱정이 무색할 뿐이다. 저들은 나름의 일상을 재밌게 잘 살고 있다는 안도감이 슬쩍 생기기도 하지만 세상은 약자들을 노리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이분들의 웃음을 지켜주기 위해 부모가 나서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부담감이 크다.

 ​발언하는 당사자들을 보면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부러움이 있다. 저 정도만 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어느 새 자리 잡고는 내 아이와 비교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내가 그들을 부러워하는 지점은 좀 다르다. 남들 앞에서 말하는 거와 여러 가지 능력이 있는 것이 부러운 게 아니다. 타인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남들이 웃을 때 함께 웃는 모습을 보면 그들의 공감 능력이 좋아 보인다. 웃음 코드가 각자 다르긴 하겠지만 대중들과 호흡을 함께 하는 느낌, 오늘 자리한 청년들을 유심히 보니 특히 자신들의 말에 더 많이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아는 사람이라 더 집중하고 반응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가. 어쩌면 그것이 훈련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 또한 나쁘지 않다. 감정을 표현하는 건 연습이 필요한 부분도 있으니 말이다.

 

 ​장애자녀와 함께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부모들의 이야기는 다들 비슷해서 더 공감이 간다. 생후 1년 정도는 여느 아이와 다를 게 없어 보였지만 고집과 집착이 강하고 울음떼와 잠을 안 자던 시절은 대부분 겹치는 것 같다. 온갖 치료와 교육의 열을 어려서부터 들이댔던 경우도 다 비슷하다.

 ​한때는 차라리 편하게 놀도록 놔두는 게 더 나았을 거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교육을 놓친 엄마들의 얘기는 또 그때 더 많이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이래저래 우리의 과거는 후회와 반성의 날들이지만 다들 열심히 살아왔다는 점은 또 인정한다. ‘열심히보다는 했어야 했는데...

 ​우리만이 아는 지난한 과거로부터 벗어난 이들도 있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경우도 있다. 벗어난 이들은 남들 앞에서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아직도 힘든 경우는 말을 아끼고 그저 안으로 삭이며 살고 있다. 그저 남들처럼 큰 소동없이 잔잔한 일상을 원하지만 크고 작은 일들이 끊이지 않으니 장애가족의 삶은 고단하다.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끊이지 않는 우리들의 이야기에 고단한 삶을 말하는 부모들 얘기도 좋지만 당사자들이 직접 말하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그들이 원하는 것들, 그들이 바라는 세상을 더 많이 소문내고 알리면서 함께 살아가는 여기를 만들어야 되지 않겠는가.

 ​사회적 약자들의 삶이 탄탄해지는 그날까지 매주 화요일 오전 11, 여의도 이룸센터 앞 농성장에서 진행되는 우리들의 이야기는 네버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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