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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왁자지껄 가족 36_조미영] 이보다 더 좋을 수 있다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3-06-19 조회수655

 



이보다 더 좋을 수 있다

 

 

책 제목이 신박하다. ‘싱글맘의 마음 보고서라는 부제에는 입을 삐죽거렸다. 약간의 궁상과 열심히 사는 젊은 엄마의 뻔한 이야기려니 생각했다. 큰 오산이었다. 우선 재밌다. 이혼이라는 과정을 부모, 형제, 본인까지 다 겪으면서도 선천적으로 보이는 명랑, 쾌활함이 그녀를 어둠 속에 가두지 않았다. 살다보니 어둠은 다른 어둠을 불러들이거나 내 몸과 마음을 땅 속으로 꺼지게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저자는 달랐다. 고비마다의 고뇌는 그 정도 당연한 것이었고 잘 흘려보내는 현명함이 있었다.

세 번의 유산으로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네 번째 아이를 만나면서 남편과 헤어졌다. 헤어진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리셋 하겠다는 남편이 새로운 사랑을 찾아 일방적으로 떠나버렸다.

책 읽는 내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배우자의 배신은 일상을 무력하게 하는 강력한 이유가 될 것 같은데 글 속에 남편을 비하하거나 원망하는 일이 없다. 지나간 일에 연연하지 않고 딸 재희와의 일상에만 전념하는 모습이 독자로 하여금 안심하게 만든다.

 

오래 전, 정치인 출판기념회라는 곳에 가서 장애부모들이 두 시간 내내 손피켓을 들고 서 있었던 적이 있다. 그 정치인이 선동하여 지역에 들어설 장애인 시설을 막았기에 힘없는 우리 엄마들이 할 수 있는 건 우리를 봐 달라고 묵언 투쟁하는 것뿐이었다.

그 때와 달리 독자로서 당당히 참여한 이보다 더 좋을 수 있다의 저자 북토크 현장은 따뜻했다. 싱글맘 저자의 환한 웃음 뒤에 든든한 연대의 힘을 보았다. 부산에서, 진주에서 작가를 응원하고자 찾아왔다니 남편 없어도 세상 부러울 게 없어 보였다. 책속의 등장인물들이 다 참석했다. 할머니, 엄마, , 이모, 이혼한 남편의 어머니와 미용실 여인까지, 저자의 오늘이 늘 이보다 더 좋을 수 있도록 함께 살아온 많은 이들의 응원과 격려가 어린 모녀의 삶을 지켜주고 있었다.

 

책에 없는 내용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걸 들으며 싱글맘이 받는 사회적 시선이 장애인 가족과 다를 바 없다는 걸 알았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불행의 프레임에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르게 사는 이들을 가두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빠 없는 아이 표정이 밝다는 말을 들을 때의 심정, 장애인 자녀 키우면서 어둡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듣던 나와 다르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그저 우리를 있는 그대로 봐 달라는 것, 장애가 있건 아빠가 없건 그래서 불행할 거라는 선입견은 거둬 달라는 바람은 닮아 있었다.

 

최근 6개월 동안 전 남편이 양육비를 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곤 있지만 다달이 쓰임이 빤한 비용을 지불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면 얼마나 불안할까 싶어 안타까웠다.

이런 것들을 제도적으로 보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얘기하는데 공감이 되었다.

국가가 양육비를 선지급하는 것, 정당한 사유 없이 양육비 채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 미성년 자녀의 안정적인 환경을 파괴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국가의 책무는 이런 것이다.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외면하지 않고 지원하는 것. 악의적인 행동으로 누군가의 삶이 망가지게 하는 것을 막아주고 지켜주는 일.

 

우리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해 무조건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은 버렸으면 좋겠다. 한부모, 조손, 장애인, 다문화, 재혼 가족 등 각자의 상황에서 열심히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따가운 눈총이나 동정의 시선은 옳지 않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뭔가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싱글맘의 수필에서 보여준 일상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매우 컸다. 공감과 동감으로 읽혔고 가족의 형태에 따라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다시 생각해 보게 했다. 벌써 2쇄를 발행했다니 많은 이들이 읽고 저자의 삶에서 통통 튀는 삶의 활기를 느꼈으면 좋겠다.

지금 행복하냐는 독자의 질문에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모아 오케이하던 저자의 환한 표정에서 박수치는 많은 이들에게 행복이 전염되고 있음을 느꼈다.

우리 모두의 삶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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