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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칼럼

[왁자지껄 가족 21]이제 내가 세상을 감싸야 할 때
글쓴이관리자 게시일2021-12-10 조회수663

시끄러워! 조용히 좀 해달라고 할까?”
 

행 중 늦은 아침을 먹으려고 식당엘 갔다. 주방에서 큰 그릇들 부딪치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한 두 번은 실수려니 했는데 서너 번 계속 이어지니 짜증이 났다.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맛집이라는 별 다섯 개 평을 보고 갔는데 나는 별 한 개도 주고 싶지 않았다. 구겨진 인상의 나를 보고 남편은 그냥 웃었다. 결국 말은 하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는 아들과 눈이 마주치면서 그동안 잊고 살았던 우리 가족의 외식 모습이 떠올랐다.

 

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들이 점잖게 식당에서 밥 먹는 모습 보인지가.

20대 초반까지도 아들은 식당에 들어서면 주문한 음식 기다리는 시간을 견디지 못했다. 더 어렸을 때는 수저를 식탁에 대고 두드리며 소리까지 심하게 질렀다. 집에서야 그래도 모른 척 하면 되었지만 밖에서는 남의 이목이 신경 쓰여 난감했다. 한동안 외식을 중단하고 집밥만 먹었다.

지만 살면서 외식을 안 할 수는 없는 일, 자꾸 부딪혀 보기로 했다. 붐비는 시간대를 피하고 조금 이르거나 늦은 시간에 가급적 빨리 나오는 음식을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난리치면 바로 데리고 나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 더 심한 발버둥으로 밥을 먹지 않고는 절대 나가지 않을 거라는 강한 고집을 부렸다.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남편이 먼저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이 나올 때쯤 우리를 불렀다. 그러면서 대기 시간을 조금씩 늘려 나갔다. 몇 년에 걸쳐 아들은 기다리는 일에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다.

 

들이 난감한 행동을 할 때 우리 가족은 아들보다 우리를 빤히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 더 불편했다. 애써 무시하려 해도 식당 안의 분위기는 우리에게 집중되어 있는 듯 느껴져 힘들었다. 오로지 밥 잘 먹고 이 공간을 나가는 것이 목표였기에 일절 대화도 없이 다급하게 먹기만 했다. 음식 나온 지 15분 만에 다 먹고는 빨리 먹는 대회 나가면 일등 하겠다며 웃는 여유도 생겼다.
 

런 과정을 겪을 때는 다른 것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아들의 행동이 점점 나아지면서 식사 시간은 늘어났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는 즐거운 외식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차츰 주위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편안해야 세상이 보이는 당연함을 뒤늦게 알아 차렸다. 처음에는 좋은 것만 보이더니 점점 불편한 모습도 보였다.

담소 나누며 식사를 즐기는 3대 가족의 행복한 모습은 보는 나도 좋았다.

아이가 주위를 산만하게 뛰어다녀도 무심한 보호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도 보였다. 목소리가 너무 커서 알고 싶지 않은 그들의 가족사가 내 귀에 머물기도 했다. 인상을 쓰며 저 애 좀 못 뛰게 잡지 않고 부모는 뭐하냐?’라든가 저 사람은 좀 살살 말하면 안되나?’라는 말을 언짢게 했다. 물론 그들이 들리지 않게 했지만 내 기분도 좋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말했다.
 

우리 아들 참 점잖아졌제, 누구 닮아서 이리 과묵하노, 아부지 닮았제?”
 

남편의 너스레를 귓등으로 흘렸다.

 

다보면 내가 고쳐야 할 부분이 있고 남이 고쳐야 할 문제가 분명히 있다. 자폐성장애 아들과 살다보니 남들이 무조건 이해해 주길 바랐던 적이 있었다. 이해와 배려를 강요하며 내 삶의 힘든 점만을 부각시키진 않았나 생각한다.

변할 것 같지 않던 아들이 세상에 나와 아직은 큰 무리 없이 살게 되니 야외 활동이 자유로워졌다. 지난 25년의 세월보다 올해 1년 사이, 아들은 더 많은 변화를 보여주었다.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백신 접종을 2차까지 완료했다. 어딜 가든 시선 모으던 행동들이 많이 줄어서 가족여행 횟수도 올해 유난히 많았다.


들 때문에 속상했던 지난날과 달리 요즘은 아들 덕분에 웃는 일이 많아졌다
. 암울했던 내 삶에 이런 날이 올 줄 예상 못했다.

살아갈수록 식당이나 거리에서 아들의 시끄러운 행동에 주위의 눈총이 따가웠던 일들이 기억에서 멀어져 간다. 우리를 지켜봐 주었던 사람들이 새삼 고맙게 느껴진다. 이제는 내가 세상을 따뜻하게 감싸야 할 차례다.

 

리만 있던 식당에서 주방의 소음으로 인상 쓰고 있을 때 그냥 웃고 있던 남편의 표정에서 나는 보았다. 우리 가족 외식 때 힘들었던 과거를.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나를 발견한 셈이었다. 겸연쩍어 하는 나를 향해 남편이 말했다.
 

손님이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식당에 불만 있으면 다음에 안 오면 그만이지, 굳이 인상 쓰면서 그럴 필요는 없는기라.”


말은 그래놓고 결제를 마친 남편은 주인에게 말했다
.


음식은 맛있고 좋았는데 주방 쪽이 소란해서 조금 불편했습니다.”
 

인은 화들짝 놀라면서 미안하다며 다음에 꼭 다시 와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시끄럽다는 말로 조용해졌으면 서로 언짢을 수 있었지만 상황이 끝나고 조용히 얘기한 결과 아무도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사실 그 날, 전복미역국은 엄청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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